부채와 최적 부채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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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Investor)

부채와 최적 부채비율

<두얼굴을 가진 부채>

  ‘The Incredible Hulk’라는 미국 TV프로그램이 상당히 오랜 기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적이 있다. 우리 나라에서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던 프로그램이다. 고운 심성을 가진 주인공은 심리적 또는 육체적 충격을 받게 되면 헐크(Hulk)라는 괴력을 가진 거구로 변하게 된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정상적인 그로 돌아오게 되면, 잠시 전까지의 모든 광적인 행동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기업의 외부자금조달은 크게 채권자로부터 조달하는 부채와 주주로부터 조달하는 자기자본으로 구분된다. 채권자라면 은행이나 보험회사 등과 같은 금융기관뿐 아니라,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제공한 개인 또는 기업들도 포함된다. 부채의 조달원천에 관계없이 부채의 기본적인 특징은 일정 기간마다 이자를 갚아야 하고 만기가 되면 원금을 갚아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최근에는 이자를 갚는 대신 원금에 이자부분이 포함되어 있는 무이표채권도 자주 활용되고 있다.

 

 

1. 부채의 순기능

 부채는 기본적으로 위에서 본 ‘두 얼굴의 사나이’처럼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는 부채의 순기능이다. 부채의 순기능은 이자와 원금의 지급으로 인한 부담 때문에 불필요한 투자활동이나 낭비요인을 줄임으로써 나타난다. 마치 집을 장만하기 위해 은행 빚을 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외식을 하는 빈도가 줄어드는 것과 유사하다.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대로 기업 내에 잉여현금 (단기투자자산도 포함)이 많아질수록 경영층은 그 잉여현금을 배당이나 자사주의 취득을 통해 주주에게 돌려주기보다는 그 현금을 투자활동에 사용하고자 하는 유인을 갖게 된다. 사업다각화를 통한 시너지를 추구하려는 목적으로 인수합병(M&A)을 시도하기도 하고, 임직원의 보상과 복리후생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지출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부채가 많아져 이자와 원금 지급부담이 늘어나게 되면, 불필요한 투자에 사용될지도 모를 잉여현금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물론 ‘불필요한 투자’를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가장 설득력 있는 정의는 아마도 ‘주주의 기대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을 창출하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부채의 증가로 불필요한 투자를 줄이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낭비요인이 줄어들게 되고, 기업가치는 증가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부채의 순기능으로 ‘지렛대 효과’를 들 수 있다. 부채로 조달된 자원을 사용하여 부채비용 (또는 타인자본비용)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창출하는 경우에는 자기자본수익률 (당기순이익÷자기자본)로 표시된 기업의 수익성이 더욱 좋아 보이는 효과를 지렛대 효과라고 한다. 이는 자기자본 없이 은행 돈만으로 작은 장사를 하는 경우, 장사에서 나온 수익으로 은행이자와 원금을 갚아 갈수만 있다면 이는 큰 지렛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2. 부채의 역기능

 부채사용이 늘어날수록 이자와 원금의 지급부담이 증가하게 되어 필요한 투자를 적시에 실행할 수 없는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좋은 사업기회가 있음에도 추가로 부채를 발행할 수 없거나 또는 주식발행이 여의치 않아 자금조달이 어려운 경우에는 투자기회를 적시에 실행하지 못함으로써 기업가치의 향상에 공헌하지 못하게 된다. 부채의 역기능, 즉 투자기회의 상실로 인한 기업가치의 하락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부채의 순기능(과잉투자의 억제)과 역기능(투자기회의 상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최적의 부채규모가 결정될 것이다.

 

3. 부채사용과 성장기회

 그렇다면 어떤 기업들이 부채를 많이 사용할 것인가? 그 답은 어떤 기업 특성들이 부채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내면 된다. 산업의 특성(장치산업인가 또는 서비스업인가)과 제품의 특성(고정설비의 투자가 중요한가 또는 인적자원이 중요한가)도 부채 사용에 영향을 미치겠으나, 일반적으로는 ‘기업의 성장기회’가 중요하다.

 성장기회가 큰 기업과 산업에서는 과잉투자의 위험 자체가 적다. 오히려 투자자금이 부족하여 투자기회를 적시에 활용하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성장기회가 높은 기업은 과잉투자의 위험은 낮은 반면 투자기회 상실의 위험이 크므로, 부채의 순기능선인 (A)는 아래로 이동할 것이며, 부채의 역기능선인 (B)는 위로 이동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최적의 부채비율은 원래 위치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며 부채사용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성장기회가 많은 기업은 부채가 갖는 ‘지렛대 효과’에도 불구하고 부채 사용에 소극적이 될 것이다.

 

 부채의 역기능(즉 투자기회의 상실)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다. 그러나 과잉투자의 억제라는 부채의 순기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논의가 적었다. 잉여현금이 많아질수록 그 현금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기업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